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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말레피센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트윙클* 2021. 6. 25.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를 읽다가 발견한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

 

'말레피센트'이야기의 재발견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를 읽던 중,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동화에 나오는 공주가 왜 16세에 가시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지게 되었는지 혹시 기억하는가? 

대부분은 마녀의 저주를 기억할 것이다. 악한 마녀가 말 그대로 '악하니까', 축복 속에 태어난 공주를 시기, 질투하여 

내린 저주로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자면, 그 발단은 어린 공주의 세례식에 있다. 정확히는 이 세례식에 초대받은 사람의 명단이 문제의 발단이었고, 초대받지 않지 못한 자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동화의 왕과 왕비는 어린 딸이 혹시라도 말레피센트라는 요정(마녀)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염려하여, 말레피센트에게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고, 세례식에 초대도 하지 않는다. 이에 화가난 말레피센트는 세례식 당일에 불청객으로 참석하여 분풀이로 공주를 저주해 버린다. 공주가 16세 되는 생일날 물레 바늘에 찔려 죽을 것이라는 저주 말이다. 그런데 여기 이 부분에서 조던 피터슨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만약 말레피센트가 공주의 세례식에 초대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왕과 왕비가 '말레피센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아예 제대로 마주하기로 결심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하고 말이다. 아름다운 초대장에 한껏 정성들여 금색으로 문양을 넣고, 마음을 녹이는 멘트를 넣어 말레피센트에게 보냈다면, 그녀는 적어도 공주에게 그런 저주는 내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조던 피터슨은 그의 책 <질서너머>에서 '말레피센트'라는 캐릭터를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이나 악으로 묘사를 했다. 누구나 인생의 어려움이나 악한 것들을 우리 삶에 초대하고 싶지 않지 않은가. 이는 마치 동화에서(영화에서) 사람들이 말레피센트가 없는 곳에서 그녀에 대한 험담을 하고 두려워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안 좋은 일들을 뒤에서 이야기하고, 그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날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우리는 우리가 계획한 중요하고 행복해야 할 날에 '어려움'이나 '난관'이 생기기를 바라지 않는다. 마치 말레피센트를 공주의 세례식에 초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부정적인 일들과 악한 것들을 보고 경험하게 된다. 원하지 않지만, 때로는 부정하지만 결국 마주하고야 만다. 즉, 우리의 삶에 있어선 '말레피센트'가 반드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내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어려움 '말레피센트'

 

우리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존재인 인생의 어려움과 악, 다양한 문제들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우리 삶 속에 불쑥 찾아오고야 마는 이 '말레피센트'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녀는 우리가 초대하든 초대하지 않는 우리가 바라지도 않는 순간에 오고야 말 것이다. 지금까지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그녀를 어제 인정할 수 있을까?

아예 그녀가 오기 전에 미리 초대장을 보내 놓고, 그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 그녀가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우리에게 불쑥 등장했을 때에 당황하지 않고 보다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을 되돌아보면, 나는 내 인생의 '말레피센트'를 마주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나는 20대 후반에 심각한 병으로 큰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로 인해 몸에 사라지지 않는 흉터를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 흉터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흉터는 인생의 큰 굴곡 하나를 이루어낸 멋진 훈장이라고 생각했다. 웬만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것으로 말이다. 내가 가졌던 병과 수술로 인해, 내 몸에는 수술의 흔적이며, 주삿바늘이며, 약이며, 여러 가지 고통과 아픔이 있었지만, 그 일들로 인해 갑자기 내 인생에 어려움이 닥칠 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내 인생의 내 인생의 강력한 '말레피센트'는 그렇게 찾아왔었다. 

 

그런데 스토리가 각색된 영화 '말레피센트'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말레피센트가 단순한 악녀가 아니라, 사실은 선한 의도를 가진 요정으로 등장하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인생의 시련과 어려움도 그런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그 고통이 사실은 우리를 더 성숙하게 하고 낮아지게도 하니 말이다. 선하고 착한 의도를 가지고 언제든지 우리 인생에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단 걸 인정하면, 막상 '말레피센트'가 우리에게 찾아왔을 때에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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